01/28
2011
호랭이
아침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보니.
호랭이가 누워있었다.
방을 옮기고 드디어 적응을 한건가? 하고 귀엽기에 사진을 찍어주었다.
평소에는 사진찍는거 귀신같이 알고 일어나 초상권을 지키는데.
오늘은 반응이 없었다. 누워있는 모습도... 조금 이상하고....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호랭이 과자를 주려고 일어나 부스럭 거리면서 과자를 주려 하는데.
호랭이가 그래도 누워있는것이다.
어? 순간 불길한 느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호랭아 일어나! 일어나!! 정신차려!!!"
얼런 호랭이를 꺼내서 숨은 쉬는지 심장은 뛰는지 보았다.
바르르 떨면서 아직 숨도 쉬고 심장도 뛰어 많이 아파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주물러주었다.
주현이에게 전화를 해서 병원 전화번호를 알아서 물어봤는데...
옆으로 누운거면... 집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고.
병원에 와도 잘못될 확률이 높다는거다......
이럴수가.....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것은 단지 호랭이를 쓰다듬어 주는 것 밖에 없었다.
호랭이를 잠시 주물러 주고 있는데. 호랭이가 짧은 두번은 신음 소리를 내었다.
토끼는 정말 죽을정도의 상황이 아니면,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 두번에 신음소리는. 나에게 마지막을 알려주는 소리였다.
호랭이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결국 울고 말았다.
역시나.. 호랭이는 더이상 신음하지도, 바르르 떨지도, 눈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나는 조용히 호랭이의 눈을 감겨주었다. (9시 55분 경)
1년 좀 넘는 시간동안
같은방에서 생활하면서
같이 자고, 먹고, 놀고 했던 호랭이를 이렇게 떠나보내야 한다니.
당근 사두고 아직 못준거 하나 남았는데..
맛있는거 많이 먹일껄...
있을때. 잘해야 한다.
호랭이가 죽고나니. 잘해준 것보다도 잘못한 것들만 떠오른다.
너무너무 보고싶지만. 더이상 볼 수 없다.
아 눈물나.